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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맥을 고동치게 하는 5음과 12율려

2016-03-30 조회 2761

'조선침뜸이 으뜸이라'(손중양 저) 중에서

 

조선시대 장악원의 품계와 인원을 보면 전악이 되기까지는 오랜 기간,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다. 전악에 이르는 시험에는 악학궤범이 필수 과목이었다. 조선시대 성종 시절에 나온 '악학궤범'에는 음악이론, 의식절차, 악기, 노래, 춤, 복색, 의례물품 등이 집대성 되어 있다. 전악은 악학궤범의 모든 사항을 낱낱이 익혀야 했다.

허임은 '악학궤범'을 끼고 살다시피 하는 아버지 허억봉과 함께 장악원 근처에서 자랐다. 허임이 처음 접한 책들도 바로 악학궤범을 비롯한 음악과 관련한 내용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허임이 처음으로 친숙하게 접했던 학문도 아마 전통음악이론이었다고 생각된다.

'악학궤범'의 서문은 “음악이 혈맥을 고동치게 하고 정신을 통하게 한다”는 말로 시작한다. 음악이 인간의 생명활동과도 직결된다는 이야기다.

악이란 하늘에서 나와 사람에게 붙인 것이요 허에서 발하여 자연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니 사람의 마음으로 하여금 느끼게 하여 혈맥을 고동치게 하고 정신을 유통케 하는 것이다. 느낀 바가 같지 않음에 따라 소리도 같지 않아서, 기쁜 마음을 느끼면 소리가 날려 흩어지고 노한 마음을 느끼면 소리가 거세고, 슬픈 마음을 느끼면 소리가 애처롭고, 즐거운 마음을 느끼면 소리가 느긋하게 되는 것이니, 같지 않음을 합해서 하나로 만드는 것은, 임금의 인도(引導)여하에 달렸다. 인도함에는 정과 사의 다름이 있으니 풍속의 성쇠 또한 여기에 달렸다. 이것이 악의 도가 백성을 다스리는데 크게 관계되는 이유이다.

'악학궤범'에는 율려 격팔상생응기도설(隔八相生應氣圖設)에 관한 내용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옛적 황제가 곤륜산 북쪽 해곡의 대나무로, 구멍이 고르고 두꺼운 것을 취하여, 마디를 잘라 그것을 불어 황종(黃鐘) ()으로 삼았다. 12통을 만들어 봉황(鳳凰) 우는 소리를 본받아 수컷의 소리를 6으로 하고, 암컷의 소리를 6으로 하였는데 () 6음을 6()이라 하고 () 6음을 6() 하여 6률과 6려를 합하여 12율이라 부르고 그것을 12월에 분배하였다. 그래서 12음이 나오게 되고 그것은 해와 달이 하늘의 12()에서 1년에 12 만나는데, 오른편으로 도는 것을 받아서 성인(聖人) 6려를 만들었고, 북두칠성의 자루가 12()으로 운행하는데, 왼쪽으로 선회하는 것을 본받아서 성인이 6률을 만들었다. 그런 까닭에 양의 율은 왼쪽으로 선회하여 음과 합하고 음의 여는 오른쪽으로 돌아 양과 합하여, 천지사방에 음양의 소리가 갖추어졌다.

동양의 음은 자연과 우주와 함께 다루어졌다. 가장 자연적인 음을 기준음, 혹은 중심음으로 만들려고 한 것이다.

사실 우주 삼라만상을 이루는 것은 파동이다. 음은 곧 파동을 나타낸다. 파동은 바람이다. 바람의 파동으로 소리가 나는 것이다. 악기를 풍물(風物)이라고 하는 것은 바람을 일으키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풍류(風流) 라는 것도 바람의 흐름, 즉 파동을 즐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 서당 하면 바로 떠오르는 책 천자문에 율려조양(律呂調陽)이라는 구절이 있다. 풍류 률(律), 풍류 려(呂), 고를 조(調), 볕 양(陽). 양의 음률인 6률과 음의 음률인 6려로 음양이 조화를 이루도록 한다는 뜻이다. 천지자연의 음양조화를 사람이 가장 즐거워 춤추고 노래하는데 쓰이는 악기에 율려의 법칙을 정함으로써 아름답고 조화로운 소리를 내게 한다는 것이다.

동양음악의 핵심 이론은 5음과 12율려이다. 5음은 ‘궁(宮)·상(商)·각(角)·치(徵)·우(羽)’를 말한다. 오성(五聲), 오성음계(五聲音階)라고도 한다. 12율려의 음계는 저음부터 황종(黃鐘)·대려(大呂)태주(太簇)·협종(夾鐘)·고선(姑洗)·중려(仲呂)·유빈(蕤·임종(林鐘)·이칙(夷則)·남려(南呂)·무역(無射)·응종(應鐘)의 순으로 되어 있다. 12율려는 다시 양에 해당하는 6율과 음에 해당하는 6려로 나뉜다. 양률은 황종 태주 고선 유빈 이칙 무역이고, 음려는 대려 협종 중려 임종 남려 응종이다.

'악학궤범'에는 천지자연의 이치와 음률을 표현한 그림이 있다. 조선시대 장악원에서는 이 우주의 이치에 따른 음악을 구현하고자 했다. 오음과 12율려는 우주 자연의 이치를 음악이론으로 정립한 것이다.

황종에서 시작하여 응종까지 12단계 음의 기준을 정하는 일이 조선시대에는 국가적인 사업이었다. 음의 높낮이를 정하기 위해 만든 12개의 관이 율관이다.

이 관은 ‘삼분손익’이라는 계산방식으로 길이가 정해진다. 삼분의 1을 더하거나 빼서 율려를 정하는 ‘삼분손익’은 ‘격팔상생법’이라고 한다. 격팔상생법은 우주의 운행원리이다.

동양문화에서는 음양오행 12지로 나타낸 우주 자연의 이치는 그대로 생명체에도 적용했다. 전통음악의 이론체계는 동양의학의 체계와 완전히 닮은꼴이다.

동양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 영추 객사(客邪)편에는 다음과 같은 표현이 있다.

하늘에는 오음(五音) 있고 사람에게는 오장(五臟) 있으며, 하늘에 육율(六律) 있어서 사람에게 육부(六腑)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늘과 사람은 서로 상응(相應)한다.

거문고의 현처럼 사람에게도 12줄이 있는데 12경맥이 그것이라는 것이다. 동양의학에서 인체는 천지자연의 이치를 닮은 소우주로 본다. 천지자연의 이치인 12율려가 인체에는 12경락에 상응한다.

12경락은 침뜸의학의 핵심 개념이다. 오음이 오장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듯이, 12율려가 12경락에 반응하여 혈맥을 고동치게 하고, 정신을 유통시킨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평생 동안 허억봉이 체득하고 있던 우주의 이치에 따른 이런 음악에 대한 이해가 그의 아들 허임이 침뜸의학에 눈을 뜨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을 것이다.

관노였던 아버지 허억봉은 음악계의 대부로 성장했다. 그는 나이가 들어서는 거문고에 능했다. 그는 거문고 줄을 연주하여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냈다.

장악원 음악에 젖어서 자란 그의 아들 허임은 침과 뜸으로 인체의 경락을 다스리며 수많은 환자들을 치료하여 조선 침구술의 으뜸으로 꼽혔다.

16세기와 17세기를 걸쳐 이들 허씨 부자는 양반 사대부가에서 잡직이라고 천시하던 두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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