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K의료 혁신과 침구사 양성 - 오피니언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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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K의료 혁신과 침구사 양성 - 오피니언 기고
K의료 혁신과 침구사 양성-오피니언ㅣ한국일보
기고
K의료 혁신과 침구사 양성[기고]
입력 2026.05.13 04:30
25면
구한말 대한제국 시절(1899년)에 개원한 서울대학교병원의 전신인 내부병원과 그 후신인 광제원의 직제를 보면 ‘한방의’(대방의), ‘양방의’(외과의, 종두의)와 더불어 전문 침구술을 펼치는 ‘침의’(鍼醫)가 독립된 직역으로 편제되어 있었다. 우리나라 근대 국립의료체계의 출발점에 양방의와 함께 한방의와 침구의(鍼灸醫 약칭 鍼 醫)가 의료 현장에서 각각의 직역으로 근무하며 상호 보완적 생태계를 이뤘던 것이 다.
그런데 대한민국 의료계에는 수십 년째 반복되는 기이한 풍경이 있다. 한의사협회 에서는 침구사 제도를 일제 잔재라고 하고, 의사단체 쪽에서는 한의사 제도가 일제 잔재라고 한다.
조선에는 한방의(의원)와 침구의(침의)가 있었는데, 일제강점기에 침구의를 침구사 (침사, 구사)라고 하고, 한방의(의원)를 의생(醫⽣)이라고 하였다. 이를 두고 의사 단체 쪽과 한의사 단체 쪽에서 다른 직역을 공격하기 위해 일제 잔재라는 프레임을 수십 년째 써오고 있다.
경국대전 예전(禮典)에 수록된 조선시대 의료체계는 한약을 중심으로 하는 ‘의원 (한방의)’과 침·뜸을 전문으로 하는 ‘침구의(침의)’가 구분되어 있었다. 현재의 한의 사는 일제강점기 한약을 주로 다루던 한방의(의원)가 의생을 거쳐 오늘날 한의사로 이름이 바뀌었을 뿐이며, 한의사가 조선 침구의의 맥을 잇는 직역이라 볼 수가 없다.
대한민국 사법부의 판단도 이를 뒷받침한다. 대법원(1961.10.19. 선고 4292행상1 22)은 "한의사는 (침구사 면허 없이) 침술과 구술을 시행할 수 없다"고 판결하며 한 의사의 침구 시술권을 부정했다. 즉, 현재 한의사 직역이 침구를 독점하는 것은 역사 적 정통성은 물론 사법적 근거조차 없다. 다만 보건복지부의 한의약정책 담당부서 는 편향적으로 한방의(현 한의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며 ‘침구는 한방에 속한다’는 유권해석을 하고 슬금슬금 침구를 한의사가 독점하도록 추진해 왔을 뿐 이다.
조선시대 이후 전통 침구술의 맥을 이어온 침의의 후예들은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단 한 번도 제도권으로 수렴하는 절차를 거친 적이 없다. 이에 따라 수십만의 조선 침구의의 후예들을 재야에 방치해 놓고, 무시와 배제와 차별과 압제 정책을 계속하 고 있다.
세계 각국의 의료는 전통과 현대가 일원화되어 있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미 침구 사(Acupuncturist)가 전문 치료사 직역으로 자리 잡았고 현대적 의료현장에서 활 용되고 있다. 이제 한의사 단체가 절실히 바라는 의료일원화의 성공을 위한 핵심 카 드가 바로 ‘침구사 제도의 복원’이다.
조선 침구의의 맥을 잇는 전문 침구사 양성은 한류 시대를 맞이해 진정한 K의료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낡은 프레임을 깨고 실용적인 의료 혁신을 기대해 본다.
K의료 혁신과 침구사 양성-오피니언ㅣ한국일보
손중양 사단법인 허임기념사업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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